마지막챕터 : 더 무비
[ 소통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 하늘에서 악당들이 내려온다!!
세븐 싸이코패스 (Seven Psychopaths, 2012)

마틴 맥도나 감독의 전작인 "킬러들의 도시"를 좋아하고, 범죄 + 코미디 + 스릴러 조합의 장르를 좋아해서 보게 된 영화. 전체적으로는 5점 수준. 싸이코패스들에 촛점을 두고 엽기코미디를 만들어낸 것은 신선했다고 봐줄만 했지만 뒷수습이 제대로 안됐다. 




시나리오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면서 싸이코패스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고뇌하고 지쳐가는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보여져서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하자마자 보이는 엔딩장면이 꼭 필요하긴 했지만, 이게 전체적인 주제를 위해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여길만한 관객은 많지 않아 보인다. 




크리스토퍼 월켄, 우디 해럴슨을 봐서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역량이 덜 발휘된 느낌이다. 마틴 맥도나 감독에 대한 신뢰도가 꽤 낮아진 상황이다. 


"킬러들의 도시"와 연관지어 보자면, 나이든 캐릭터나 주연급 캐릭터의 자기 희생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는 것이다. 둘 다 콜린 파렐이 주인공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영화에서 주연은 갈 길 모르는 나이든 철부지들이지만 주변인들의 희생으로 성장해 간다. 악당들은 잔혹하고 냉정하지만 말도 안되는 자신만의 개똥철학을 가지고 있어 엽기적으로 귀여운 구석이 있다. 호감으로 바뀔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지긋지긋하게 미워할만한 정도도 아니다. 




"킬러들의 도시"는 촬영 장소가 브뤼헤(브뤼주라고도 불리기도 한단다.)라는 벨기에의 관광지여서 아름다운 장면들이 나왔지만, "세븐 싸이코 패스"에서는 멋진 풍광을 잡으려다 성공하지 못한 느낌이다. 공간적인 배경이 시나리오를 쓸 때 가지게 되는 느낌을 순서대로 표현하고 싶은 것 같다. 처음에는 작은 아이디어가 괜찮아보이고, 파티를 하는 것처럼 신나기도 하지만, 곧 알 수 없는 사건들이 뒤죽박죽 섞이다가 나중에는 사막에 홀로 남은 것처럼 정신상태가 황망해진다고 들었다. 어쨌거나 이를 악물고 마무리해야 영화 시나리오는 완성될 수 있다고 한다. 후반부에 샘 록웰이 모닥불가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은 그냥 웃자는 소리가 아니다. 이야기를 써 본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웃기 힘든 장면일 것이다. 죽어라고 썼는데, 돌아보면 쓰레기를 썼다는 걸 깨달을 때의 느낌이다. 


생각해보니 점수를 짜게 준 것 같다. 6점 정도는 돼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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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연대기(The Chronicles of Evil, 2015)


드라마 "추적자"의 성공 이후 영화에서도 잘 활용됐던 손현주 배우의 캐릭터가 삐걱거렸다. 영화 후반에 등장하는 반전의 소재는 좋았지만, 영화의 대부분을 이 반전을 위해 소모하는 바람에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악의 연대기"라는 제목처럼 우리나라 반전스릴러영화들의 연대기를 재현해주는 것 같았다. 한 번 성공하면 숲보다 나무를 먼저 베고 보는 것 같다. 산이 울창하려면 전체 숲을 보고 필요한 곳을 잘라내기도 하고, 심기도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하 영화 내용 있음)


악의 연대기 포스터출처 : DAUM 영화



영화는 전체적으로 관객에게 중요한 정보들을 감추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여 탐탁치 않았다. 시작부분의 옛날 사건 장면이나 막내 형사가 문제의 택시에서 라이터를 발견한 후에 숨기는 장면 등등은 다분히 오해를 사게 하는 장면들이었다. 엔딩을 보고 난 후에 따져 물어 확인하고 싶은 장면들이 여럿 있다. 


모든 스릴러가 관객과 등장인물들에게 똑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스타일일 필요는 없지만, 보는 이들이 오해를 살 만한 정보를 두드러지게 하는 것도 곤란하다. 머리싸움을 즐기게끔 만들고 싶다면 영화 속 인물이나 관객들에게 똑같은 시각과 정보를 제공해 줘야 보는 이들도 공평하다고 느끼고 납득하게 된다. 스릴러의 형식을 뒤짚어쓴 사회성 드라마 혹은 인간의 본성이나 내면을 그린 영화라면 이런 불공평함에 이의를 제기는 힘들 것이다. 이런 영화는 짜맞추는 결과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짜맞추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회의 모습, 인간의 갈등과 고뇌가 주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반전을 위해 뒤틀어진 건 영화 장면 뿐이 아니다. 장르영화의 전형적인 캐릭터들마저 너무 힘이 없어져 버렸다. 주인공 최반장(손현주 분), 유능한 오형사(마동석 분), 막내 형사 차동재(박서준 분)까지 뭔가 일관성없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특급 승진까지 하게된 반장은 영화 초반에 너무 무기력하고, 그 밑에서 잔뼈가 굵은 마무리 전문 오형사는 팀내의 수상한 기류를 별로 감지해내지 못한다. 의외로 치밀하고 독한 막내 형사가 영화 초반 서투르게 수사서류를 작성하는 건 무슨 이유에서인지 잘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정보에 따르면 "크랭크인/업 2014-06-27 ~ 2014-09-19 촬영회차 50회"라고 한다. 실제 카메라를 들고 배우들을 불러모아 촬영한 기간이 2달 반 정도이고 50번 정도 모였다는 뜻일 것이다. (요즘은 정말 요긴한 정보들이 공개되서 재밌다.) 긜고 2015년에 개봉을 했으니, 후반작업(포스트 프로덕션이라고도 하고, 촬영을 마친 후 진행하는 편집 등등의 모든 작업들을 의미한다.) 기간 또한 짧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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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The American, 2010)


끊임없는 긴장과 두려움 속에 사는 것에 환멸을 느껴 은퇴하려는 일류 청부업자의 고독한 심리를 그리고 있다. "피스메이커"(1997)이후로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버린 듯한 조지 클루니의 모습이 보여진다. 한 때 2006년에 만들어진 007 영화 "카지노로얄"(다니엘 크레이그 주연)에 007 역할을 제안받았으나, 제임스 본드는 미국인이 아니라 영국인이 더 어울린다며 거절했던 클루니치고는 좀 평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느와르적인 고요함과 허무함이 깔리긴 했지만, 주인공의 심리를 읽기에는 너무 어렵게 만들어졌다. (이하 영화 내용 있음)



아메리칸 포스터출처 : DAUM 영화



스릴러물이라고는 하지만, 서스펜스가 더 많이 풍겨나온다. 에드워드(주인공, 조지 클루니 분)가 숨어든 이탈리아 마을에서 뭔가 벌어질 듯한 분위기, 누굴 믿어야 할 지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자연풍경 속에서 흐른다. 서스펜스는 항상 무슨 일인가 터질듯한 긴장감을 유지해주는 역할이고, 스릴러는 관객이 애타게 만들어 공포, 좌절같은 결정적이고 자극적인 감정에 이르도록 해주는 설정이다. 


오프닝에서 에드워드가 뜬금없이 죽인 여인 한 명과 끊임없이 주변을 의심하는 몸에 밴 습관으로 인해 주인공이 확실히 좋은 사람인지 판단하기 힘들게 되고, 주인공의 입장에 동조하기 보다는 한 중년의 킬러의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되어가는지 지켜보게 만든다. 엔딩에 이르러서도 기쁨이나 슬픔보다는 범죄세계에서 존재할 법한 운명적인 고독과 종말을 담담한 여운으로 남겨준다. 


에드워드를 순수하게 염원하는 매춘부 역할로 나오는 여주인공이 매력적이었다. 아주 잠깐씩이지만 노출과 성적묘사가 제법 수위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렇지만 말초적인 자극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나름 맥락이 있는 장면이라고 여겨진다. 


조지클루니가 웃옷을 벗고 팔굽혀펴기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제는 너무 초라해 보여 아쉽다. 아마 조지 클루니는 이후로 액션영화에 등장하기 어려울 것 같다. 새삼 "피스메이커"에서 차분하고 통쾌한 스타일의 액션영화 주인공으로써 손색이 없던 모습이 떠오른다. 또한 조지 클루니가 무명시절에 "토마토 대소동2"에 등장했던 덜떨어진 청춘의 모습이었다는 사실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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