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챕터 : 더 무비
[ 소통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 하늘에서 악당들이 내려온다!!
우리나라영화 (1)
악의 연대기(The Chronicles of Evil, 2015)


드라마 "추적자"의 성공 이후 영화에서도 잘 활용됐던 손현주 배우의 캐릭터가 삐걱거렸다. 영화 후반에 등장하는 반전의 소재는 좋았지만, 영화의 대부분을 이 반전을 위해 소모하는 바람에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악의 연대기"라는 제목처럼 우리나라 반전스릴러영화들의 연대기를 재현해주는 것 같았다. 한 번 성공하면 숲보다 나무를 먼저 베고 보는 것 같다. 산이 울창하려면 전체 숲을 보고 필요한 곳을 잘라내기도 하고, 심기도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하 영화 내용 있음)


악의 연대기 포스터출처 : DAUM 영화



영화는 전체적으로 관객에게 중요한 정보들을 감추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여 탐탁치 않았다. 시작부분의 옛날 사건 장면이나 막내 형사가 문제의 택시에서 라이터를 발견한 후에 숨기는 장면 등등은 다분히 오해를 사게 하는 장면들이었다. 엔딩을 보고 난 후에 따져 물어 확인하고 싶은 장면들이 여럿 있다. 


모든 스릴러가 관객과 등장인물들에게 똑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스타일일 필요는 없지만, 보는 이들이 오해를 살 만한 정보를 두드러지게 하는 것도 곤란하다. 머리싸움을 즐기게끔 만들고 싶다면 영화 속 인물이나 관객들에게 똑같은 시각과 정보를 제공해 줘야 보는 이들도 공평하다고 느끼고 납득하게 된다. 스릴러의 형식을 뒤짚어쓴 사회성 드라마 혹은 인간의 본성이나 내면을 그린 영화라면 이런 불공평함에 이의를 제기는 힘들 것이다. 이런 영화는 짜맞추는 결과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짜맞추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회의 모습, 인간의 갈등과 고뇌가 주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반전을 위해 뒤틀어진 건 영화 장면 뿐이 아니다. 장르영화의 전형적인 캐릭터들마저 너무 힘이 없어져 버렸다. 주인공 최반장(손현주 분), 유능한 오형사(마동석 분), 막내 형사 차동재(박서준 분)까지 뭔가 일관성없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특급 승진까지 하게된 반장은 영화 초반에 너무 무기력하고, 그 밑에서 잔뼈가 굵은 마무리 전문 오형사는 팀내의 수상한 기류를 별로 감지해내지 못한다. 의외로 치밀하고 독한 막내 형사가 영화 초반 서투르게 수사서류를 작성하는 건 무슨 이유에서인지 잘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정보에 따르면 "크랭크인/업 2014-06-27 ~ 2014-09-19 촬영회차 50회"라고 한다. 실제 카메라를 들고 배우들을 불러모아 촬영한 기간이 2달 반 정도이고 50번 정도 모였다는 뜻일 것이다. (요즘은 정말 요긴한 정보들이 공개되서 재밌다.) 긜고 2015년에 개봉을 했으니, 후반작업(포스트 프로덕션이라고도 하고, 촬영을 마친 후 진행하는 편집 등등의 모든 작업들을 의미한다.) 기간 또한 짧았을 것이다. 




  Comments,     Trackba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