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챕터 : 더 무비
[ 소통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 하늘에서 악당들이 내려온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 2015년영화 (1)
이웃집에 신이 산다(The Brand New Testament, 2015)


"이웃집에 신이 산다"라는 친근하고 독특해 보이는 우리말 제목 덕분에 선택한 영화. 초반의 아주 도발적인 발칙함이 돋보이지만, 후반의 흐름과는 잘 매치되지 않는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2015년에 볼만했던 영화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인간의 사랑"과 "신(GOD)의 율법"을 재미있게 드러낸 덕분이다. (이하 영화내용 있음)



이웃집에 신이 산다 포스터출처 : DAUM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의 가장 두드러진 점은 기독교에 등장하는 신(GOD)에 대한 발칙한 투정이다. 구약의 신인 야훼를 퇴물아저씨로 형상화하고, 신약의 예수(J.C, Jesus Christ)를 아버지에게 반항해 집을 나간 첫째 아들로 등장시킨다. 그러면서 야훼는 어떤 기적도 직접 행하는 법이 없는 대신(영화 속에서는 할 줄 모르는 것으로 나온다.) 법칙과 규율을 기록해간다. 아주 심술궃게. 


인간들에게 온갖 종류의 끊임없는 고통을 만들어내며 즐거워하는 성격파탄자 구약의 신인 아버지 야훼는 온갖 기록들이 가득담긴 서재에서 세상의 모든 일들이 저절로 이루어지도록 해주는 전능한 컴퓨터가 있어야 그 존재를 과시할 수 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여성들인 어머니와 딸을 무시하며 일상을 보낸다. 이 역시 구약에서 여성을 낮춰 보는 점을 비유한 것이다. 


어린 소녀는 결국 이를 참지 못하고, 스스로 세운 계획과 오빠의 도움으로 대형사고를 치고 집을 탈출해 인간세상으로 나온다. 그리고 평소 봐두었던 사도들을 찾아 그녀만의 복음서를 만들어가는 것이 영화의 스토리다. 



그런데 왜 결국은 사랑일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녀는 6명의 사도를 뽑아 한명씩 찾아간다. 오빠와 사도의 수에 대해 상의하긴 했지만,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 어머니 여신이 좋아하는 야구를 할 수 있는 숫자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오빠(예수)의 사도 12명에 소녀가 찾아낸 6명의 사도를 더하면 18명이 되면 9명씩 양팀으로 나뉘어 야구(9명이 하는 공과 배트를 가지고 승패를 가리는 스포츠)시합을 할 수 있다. 단지 이런 이유로 6명이나 정해 새로운 복음서를 쓴답시고 돌아다니지만, 이 6명은 결국 저마다의 커플을 만들어 사랑이 가득한 행복한 세상에서 살게 된다는 조금 밋밋한 결론에 도달하고, 반항하는 딸을 찾아 나선 퇴물아저씨(아버지) 역시 영화의 끝에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벨기에(수도 브뤼셀)에서 추방된다. 


결국, 신의 율법조차 인간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구시대적인 유물로 묘사하는 발칙함이 요즘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까지는 좋지만, 몇몇 사도들이 보여주는 사랑의 복음은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한때 잘나가셨던 여배우 까뜨린느 드뇌브와 고릴라의 사랑(아주 미약하고 짤막하게 등장하지만, 마지막에 둘이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은 분명 관객들에게 혼란을 준다.)이나 성도착증 환자의 사랑이 그런 경우다. 


성도착증의 경우는 잠시 시간을 내서 찾아보니 평소 인식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폭력적이고, 포괄적인 의미라는 이번에 알게 됐다. 그중 관음증과 낮은 자존감으로 인한 문제가 그나마 가장 낮은 수위로 보여지는데, 번역이 조금 과도하게 된 경우라고 판단된다. 그냥 관음증환자 정도로 하면 덜 충격적이었을텐데, 성도착자라고 해놓으니 마치 마음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느낀다면 세상 모든 만물의 이치가 행복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공허한 환상처럼 느껴진다. 



감독의 시선은?


"이웃집에 신이 산다"의 감독은 오래 전에 "제8요일"(The Eighth Day)을 만들었는데, 1996년경은 보는 이에게도 아득한 시절이라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때도 사랑만능주의에 혼란스러워했던 것 같다. 꾸준히 자신만의 시각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가고 증폭해가고 완성도를 높여가는 감독의 작품은 언제나 볼만하지만, 불편하기도 하다. 


"제8요일"(The Eighth Day)도 기독교의 일주일 개념에서 따온 것 같고, "이웃집에 신이 산다"의 영어제목인 "The Brand New Testament"(우리나라 제목보다 불어(?)로 된 제목에 더 가까운 번역인 것으로 보인다) 역시 "새로운 신약성경" 쯤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목들은 다분히 성경에서 따오면서도 그 한계를 꼬집는데는 주저함이 없는 것으로 보아 감독은 뭔가 카톨릭에 대해 대단한 애증을 가진 것 같다. 물론 감독의 모든 작품을 모두 본 것은 아니라 비약적인 부분은 있지만, 상당히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작품들에서 비슷한 시선이 느껴진다. 


가장 통쾌했던 장면은 역시 카톨릭 신부가 퇴물아버지의 모습을 한 야훼를 열받아서 두들겨 패는 장면이다. 인간의 내면과 과거를 꿰뚫어보며 괴롭히는 존재가 신(GOD)이고, 이런 존재를 열받아서 주먹질하며 쌓였던 앙금을 날려주는 이가 바로 신의 사도인 신부다. 벨기에의 카톨릭 신부는 그런 존재여도 되고, 그런 역할을 해도 되는 모양인데, 우리나라의 개신교는 어느 정도일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1999년경에 멧 데이먼과 벤 에플렉이 함께 나왔던 "도그마"보다는 훨씬 나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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