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챕터 : 더 무비
[ 소통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 하늘에서 악당들이 내려온다!!
2010년영화 (2)
아메리칸(The American, 2010)


끊임없는 긴장과 두려움 속에 사는 것에 환멸을 느껴 은퇴하려는 일류 청부업자의 고독한 심리를 그리고 있다. "피스메이커"(1997)이후로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버린 듯한 조지 클루니의 모습이 보여진다. 한 때 2006년에 만들어진 007 영화 "카지노로얄"(다니엘 크레이그 주연)에 007 역할을 제안받았으나, 제임스 본드는 미국인이 아니라 영국인이 더 어울린다며 거절했던 클루니치고는 좀 평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느와르적인 고요함과 허무함이 깔리긴 했지만, 주인공의 심리를 읽기에는 너무 어렵게 만들어졌다. (이하 영화 내용 있음)



아메리칸 포스터출처 : DAUM 영화



스릴러물이라고는 하지만, 서스펜스가 더 많이 풍겨나온다. 에드워드(주인공, 조지 클루니 분)가 숨어든 이탈리아 마을에서 뭔가 벌어질 듯한 분위기, 누굴 믿어야 할 지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자연풍경 속에서 흐른다. 서스펜스는 항상 무슨 일인가 터질듯한 긴장감을 유지해주는 역할이고, 스릴러는 관객이 애타게 만들어 공포, 좌절같은 결정적이고 자극적인 감정에 이르도록 해주는 설정이다. 


오프닝에서 에드워드가 뜬금없이 죽인 여인 한 명과 끊임없이 주변을 의심하는 몸에 밴 습관으로 인해 주인공이 확실히 좋은 사람인지 판단하기 힘들게 되고, 주인공의 입장에 동조하기 보다는 한 중년의 킬러의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되어가는지 지켜보게 만든다. 엔딩에 이르러서도 기쁨이나 슬픔보다는 범죄세계에서 존재할 법한 운명적인 고독과 종말을 담담한 여운으로 남겨준다. 


에드워드를 순수하게 염원하는 매춘부 역할로 나오는 여주인공이 매력적이었다. 아주 잠깐씩이지만 노출과 성적묘사가 제법 수위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렇지만 말초적인 자극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나름 맥락이 있는 장면이라고 여겨진다. 


조지클루니가 웃옷을 벗고 팔굽혀펴기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제는 너무 초라해 보여 아쉽다. 아마 조지 클루니는 이후로 액션영화에 등장하기 어려울 것 같다. 새삼 "피스메이커"에서 차분하고 통쾌한 스타일의 액션영화 주인공으로써 손색이 없던 모습이 떠오른다. 또한 조지 클루니가 무명시절에 "토마토 대소동2"에 등장했던 덜떨어진 청춘의 모습이었다는 사실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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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블러바드(London Boulevard, 2010)

오랜만에 만나는 영국 갱스터 느와르다. 좋아하는 장르인데다 호감가는 배우인 콜린 파웰이 나와주기에 선택한 영화다. 포스터는 무슨 남녀가 펼치는 액션영화처럼 보이는데, 내용은 알 파치노가 나온 "칼리토"의 감각적인 버전 정도 된다. 좀 더 색상이 풍부하고, 등장인물들이 아기자기하다. 아쉽게도 "칼리토"의 숀 펜같은 연기력을 보여주는 캐릭터는 없다. (이하 영화내용 있음)



감독인 "윌리엄 모나한"은 홍콩의 명작 갱스터 "무간도"를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디파티드"의 시나리오 작가였는데, "런던 블러바드"가 감독 데뷔작인 모양이다. 느와르 장르 영화로써는 좋은 작품은 아닐지라도 나쁜 편은 아닌데, 그 이하로 저평가됐다. 수입한 곳에서도 그리 기대를 안했는지 포스터 내용이 영화 내용과 많이 동떨어져 있다. "런던 블러바드"(London Boulevard, 런던의 넓은 길 혹은 큰 가로수길 정도인 것 같다.)는 액션영화가 아니라 전직 갱스터가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다 허무하게 무너지는 범죄 느와르다. 


장르 영화답게 실력있는 주인공, 범죄와의 결별, 새 인생에 대한 갈망, 악몽같은 친구 혹은 가족, 거대한 악당, 눈부신 희망 등등의 전형적인 공식도 등장하지만, 뜻밖에 코믹하고 유능한 조연이나 지독한 파파라치 등등의 변형된 요소들이 신선하다. 


짜증나게 나타나던 파파라치들이 별다른 역할이 없거나, 눈에 띄던 파파라치 한 명이 총을 드러내는 장면들이 호기심만 자극하고서는 사라지는 등 미흡해 보이는 장면들도 있지만, 나약한 연예계 퇴물같았던 여주인공(살롯, 키이라 나이틀리 분)의 친구가 기대 이상으로 당찬 모습을 보이며 주인공(미첼, 콜린 파웰 분)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는 건 약간 유머스럽기까지 하다. 이 캐릭터는 참 부담스럽게 느낄 만한 일을 약쳐먹은 듯 자연스럽게 말끔하게 처리한다. 심지어 자신의 마지막까지. 


여성관객들에게 어필하기에는 남여 주인공의 러브라인이 밋밋하고, 남성관객들의 공감을 얻기에는 느와르 장르치고 가볍게 느껴진다. 살짝 영국식 양념을 친 필름느와르를 보고 싶다면 괜찮게 봐 줄만 하다. 


콜린 파웰은 "킬러들의 도시"에서도 포스터의 저주를 받더니 이번에도 포스터가 배신했다. 이런 영화의 포스터는 어두운 큰 길에서 콜린 파웰이 총을 들고 옷깃을 감싼 채, 홀로 외로이 반짝이는 도시의 밤거리를 쳐다봐주는 장면이었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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